
일본 학교의 청소 시간

일본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이 일본 거리의 깨끗함에 감탄합니다. 축구 국제 경기에서 일본 대표팀의 스태프와 선수들이 경기 후 라커 룸을 청소하는 모습과 응원단이 관중석을 정리하는 모습,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 일본인 선수가 그라운드의 쓰레기를 줍는 모습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우리가 직접 깨끗하게 한다. 당연히 해왔던 일본 학교의 ‘청소 시간’ 경험이 자발적으로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요?
‘청소 시간’이 학교 교육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교육적 의의,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하여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시학관, 교육과정과 교과조사관으로서 ‘특별활동’※의 학습지도요령 작성에 참여해 오신 아베 교코(安部恭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별활동(특활): Tokubetsu Katsudou(TOKKATSU) 영어: Special Activities
・・・일본 학교 교육에서의 교과 외 학습 활동. (학급 회의, 학교 행사 등) 청소 및 급식 시간은 특별활동에서의 배움을 실천하는 장.

아베 교코(安部 恭子) 씨
데이쿄 대학 교육학부 교육문화학과 교수
프로필)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초등학교 근무 후, 사이타마시 교육위원회 지도주사, 사이타마 시립 초등학교 교감으로 근무. 2015년부터 일본 문부과학성 초등중등교육국 교육과정과 교과조사관,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교육과정연구센터 연구개발부 교육과정조사관, 2022년부터 일본 문부과학성 초등중등교육국 시학관,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 학생지도·진로지도 연구센터 학생지도·특별활동 연계추진관 역임. 2024년부터 현직.
일본 학교에서의 ‘청소 시간’이란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 ‘청소 시간’은 교과 외 활동에 해당합니다. 현행 학습지도요령에서 정해진 표준 수업 시수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학교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 과정으로서 학교별로 실시되어 왔습니다. 특별활동도 교과 외 학습이지만, 1958년부터 학습지도요령에 포함되어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고, 인간 형성을 통합적으로 도모하는 등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청소’는 일하는 것의 의의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특별활동의 학급 활동 내용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현행 학습지도요령(2017년 고시)에서는 ‘청소’가 ‘일하는 것의 의의를 이해함과 동시에 사회 참여 의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당번이나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하는 것’과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친구와 협력해 행하는 것의 중요성’ 등 청소의 의의를 이해하고, 모두 함께 더 나은 삶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조사관으로서 작성에 참여한 2017년에 고시된 ‘학습지도요령’에서는 초등학교의 학급 활동 내용에 새롭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 축적과 자기실현’, ‘사회 참여 의식의 함양과 일하는 것의 의의에 대한 이해’를 설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 시간’은 단순히 청소를 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의 의의를 배우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집단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맡아 완수하는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기유용감’을 높이며, 경험 축적으로도 이어집니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자기실현과도 관련이 있다
저는 교원 시절부터 ‘청소 시간’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행동하고, 다음에 사용할 사람도 생각하며 행동하고, 자신이 맡은 부분이 끝나면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등의 도덕성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위 학년이 아래 학년에게 청소 방법을 가르쳐주는 등 나이가 다른 학생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배우고, 사용하고 있는 학교 건물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깨끗하게 하는 등 ‘청소’는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적 자기실현 및 경험 축적으로도 이어집니다.
교토의 한 초등학교의 사례입니다. 학교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학생들이 학교 건물의 창문과 뒤뜰에서 인근 주차장에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오자,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이 인근 가정에 접한 창문을 폐쇄하고, 주차장에 인접한 뒤뜰 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뒤뜰은 고지대에 있어 경치가 좋고 시간을 보내면 기분 좋은 곳에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해 오신 교장 선생님은 ‘경치가 좋고 멋진 곳인데 출입 금지인 건 아까우니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6학년 친구들이 도와주면 좋겠어요’라고 6학년 아이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무성하게 자라 있던 뒤뜰의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6학년 담임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도 함께 참여하며, 아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칭찬했다고 합니다. 엉망이었던 뒤뜰을 6학년 학생들이 깨끗하게 정리해 주어 깔끔해졌다는 것을 전교 조회 때 교장 선생님이 소개하며 칭찬했고, 그로 인해 아래 학년 아이들이 6학년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 선생님들도 6학년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더욱이 6학년 아이들로부터 깨끗해진 공간에 꽃을 심어 모두가 지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고, 학부모회(PTA)※와 지역 주민들도 이에 협력하여 화단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약속을 상의하여 결정했습니다. 그 후 학부모 분들이 벤치도 만들어 주셔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6학년 아이들은 ‘학교의 모두를 위해 노력해서 좋았다’라는 자기유용감과 ‘우리도 하면 할 수 있다’라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며, 하급생들이 동경하는 상급생이 되어 갔습니다. 또한, 광장 한구석에 ‘성장의 마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매년 5학년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열매를 맺는 나무를 심고 기르며,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고, 지역과의 연대도 깊어졌습니다. 학교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고, 몇 년이 지나도 광장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뒤뜰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주체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지시를 받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지로 청소를 하고,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다는 것을 실감하거나, 학교의 모두가 기뻐해 줘서 또 열심히 하고 싶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이타적인 정신도 자라난 것입니다.
※학부모회(PTA: Parent-Teacher Association)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학부모와 교직원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임의 단체

아이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이처럼 도덕적 의의와 경험 축적으로도 이어지는 ‘청소 시간’은 계승되어야 할 일본의 좋은 교육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청소 방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의의에 대해서도 배우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은 학교에서는 학년 초에 고학년 학생들이 1학년 교실 청소를 돕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다른 학년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걸레 짜는 방법, 빗자루와 쓰레받기 사용법, 대걸레와 양동이의 취급 방법, 바닥이 상하지 않게 책상을 옮기는 방법 등 아이는 선생님과 상급생들이 하는 방법을 보고 함께 하면서 배워나갑니다. ‘구석구석까지 정성스럽게 걸레질을 하고 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등 선생님들께도 ‘청소 시간’은 교과 학습 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측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거나 협력하여 임하는 행동이 인정받고 칭찬받음으로써 자기유용감과 자기긍정감이 높아지고, 다른 교육 활동에도 도움이 됩니다.
청소를 통해 변하면 거리가 변한다!
해외에서는 일본형 교육으로서 ‘특별활동’을 ‘TOKKATSU’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는 사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집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집트에서는 시시 대통령이 2016년에 일본 초등학교를 시찰했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청소와 급식 배식을 하고 학급 회의를 통해 학급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감명받아 ‘TOKKATSU’를 자국에서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집트 일본 학교(EJS: Egypt-Japan Schools)가 세워졌고, ‘학급 회의’와 ‘일일 당번’, ‘청소’ 활동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집트의 모든 학교에서 ‘TOKKATSU’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저도 몇 번 이집트에 시찰과 연수 지도를 하러 갔습니다. 학부모님들께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에는 ‘청소’에 대해 ‘왜 우리 아이에게 벌을 주는 거냐’, ‘청소를 담당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청소를 하게 되면서 자기 아이가 알아서 방을 정리하고, 집안일을 돕고, 형제에게 청소와 정리 방법을 가르쳐주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학교 건물과 가정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거리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청소 시간을 도입하고 7년 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거리가 깨끗해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교육이 변하면 사회도 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하여 협력해 청소를 하며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쓰레기 줍기를 장려하는 포스터를 붙이는 등 더 나은 거리로 가꾸기 위한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청소’를 주체적으로 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과 환경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논의하고 협력하여 실천하는 ‘협동’ 정신도 기를 수 있는 ‘TOKKATSU’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 시간의 배움을 어떻게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교사의 부담 경감 및 노동 시간 단축이라는 제도 개혁 흐름 속에서 횟수 경감과 간소화 경향에 있는 ‘청소 시간’. 앞으로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요?
저는 ‘우리 학교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어떤 아이를 기르고 싶은지’, ‘청소 시간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능력을 길러 주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학교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청소 당번이니까 청소를 한다’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청소를 하는지’를 아이들과 함께 확인하고, ‘일하는 것의 의의’를 아이들이 스스로 잘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현관은 학교의 얼굴이다. 방문한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니 깨끗하게 하고 싶다’, ‘다음에 사용할 사람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돈 방법을 고민해 보자’ 등과 같은 식으로요.
‘학교를 깨끗하게’라며 슬로건을 내걸기보다 아이 스스로가 청소의 목적과 의의를 이해하고, 학교의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청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더럽지 않으니까 안 해도 괜찮다’, ‘청소 시간을 없애면 다른 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성장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협동하고, 각자의 장점과 가능성을 발휘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더 나아가 미래를 개척하는 추진력이 될 것입니다.

